남들이 만든 거대한 시스템의 파수꾼이 될 것인가, 내 세계의 건축가가 될 것인가

수백억, 수천억 원을 버는 대기업의 오너나 거대 플랫폼의 최고경영자(CEO)들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부러움의 눈빛을 보냅니다.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고, 엄청난 부와 권력을 쥐었으니 매일이 행복할 것이라 지레짐작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비틀어 그들의 진짜 삶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들은 자전거 페달을 끊임없이 밟지 않으면 바닥으로 처박히는 위험천만한 외줄 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일정 규모 이상으로 커지는 순간, 창업자는 무언가를 창조하는 ‘건축가’에서 수만 명의 이해관계자와 주주, 세금, 법적 규제로부터 공성을 펼쳐야 하는 ‘지루하고 예민한 파수꾼’으로 신분이 바뀝니다.

내가 만들어낸 시스템의 규모가 커질수록, 한 번의 의사결정이 불러오는 파급효과는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집니다. 누구에게는 최고였을 결정이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되며, 결국 어느 방향을 선택하든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외통수에 걸립니다.

지키기 위해 법률 서류를 뒤적이고, 주가를 관리하며, 타인의 원망을 감내하는 스트레스는 인간의 내면을 서서히 좀먹습니다. 진정한 자유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과연 이 거대한 감옥을 자처할 이유가 있을까요?

1. 엑시트(Exit)가 가져다주는 진짜 가치: 소유가 아닌 ‘선택의 자유’

사람들은 흔히 수백억 대의 자산을 손에 쥐고 회사를 파는 엑시트(Exit)를 하면 “이제 할 일이 없어서 심심하고 지루해서 어떻게 사나”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삶의 재미를 오직 ‘타인이 만든 지위’나 ‘남들의 인정’에서만 찾는 이들의 빈약한 상상력일 뿐입니다.

압도적인 자산이 가져다주는 본질적인 가치는 고급 승용차나 저택이 아닙니다. 바로 ‘내가 원하지 않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자유’입니다.

타인의 시선과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무의미한 방어전에 에너지를 쏟는 대신, 오롯이 내가 원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루할 틈이 어디 있는가? 세상에는 탐구해야 할 인문학적 철학과 무의식의 영역, 심리학의 오묘한 메커니즘, 그리고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AI를 포함한 신기술들이 도처에 널려있습니다.

회사를 지키는 파수꾼의 삶을 훌훌 털어버리고 엑시트하는 순간, 비로소 내 인생의 온전한 주도권이 나에게로 돌아옵니다. 대대손손 먹고살 자산은 그저 내가 다음 플레이를 자유롭게 펼치기 위한 ‘안전장치’이자 ‘기본 인프라’일 뿐입니다.

2. 긍정적 스트레스 vs 갉아먹는 스트레스

모든 스트레스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스트레스에도 명확한 종류가 있습니다.

내가 새로운 시스템이나 알고리즘, 혹은 흥미로운 기획을 개발하다가 벽에 부딪혔을 때 느끼는 스트레스는 ‘긍정적인 스트레스’입니다. 이 어려움을 풀어나가는 과정에는 지적 유희가 있고, 마침내 문제를 해결했을 때 오는 순수한 도파민과 성장의 즐거움이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오는 리스크는 온전히 나 혼자 감당하면 그만이지요.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거대한 조직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습니다.

반면 거대 조직을 경영하며 겪는 스트레스는 내면을 사막화하는 ‘악성 스트레스’입니다.

  • 어제까지 동지였던 주주들의 거센 항의와 주가 방어
  • 얽히고설킨 복잡한 세금 문제와 법적 규제
  • 어떤 선택을 해도 한쪽에서는 쏟아지는 비난과 원망

이런 종류의 스트레스는 창의성을 갉아먹고 인간을 방어적으로 만듭니다. 내가 원하지도 않는 정치와 행정의 수렁에 빠져 뇌를 쥐어짜야 하는 삶은, 아무리 통장에 수천억이 찍혀 있다 한들 창살 없는 감옥에 지나지 않습니다.

3. 영원한 창조자로 살아가는 법

물론 결정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를 겁니다. 하지만 내 성향에 비추어 봤을 때, 인생을 똑똑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시스템 건축가들의 전략은 명확합니다. 남들이 만들어놓은 거대한 룰에 들어가 파수꾼 노릇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메커니즘을 조합해 멋진 판을 짜고, 그 시스템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커져 ‘경영과 방어’의 영역으로 넘어가려 할 때 미련 없이 타인에게 넘기는 거죠. 그리고 손에 쥐어진 자유를 바탕으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자신만의 골방에서 새로운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뚝딱거리며 만드는 것.

창조의 즐거움과 성장시킬 때의 짜릿함만 깔끔하게 누리고, 지저분한 뒷처리와 방어전은 그것을 원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넘겨주는 방식입니다.

남들의 눈에는 그런 삶이 비현실적이거나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남들이 다 똑같이 밟아가는 ‘성장-유지-투쟁-방어’의 굴레에서 한 걸음 물러설 때, 비로소 인간은 삶을 자신이 원하는 색깔로 채워나갈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계속 새로 만들고 파헤치는 즐거움을 아는 이들에게 세상은 지루할 겨를이 없는 거대한 놀이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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